BMW 428i 컨버터블 구입

차를 한대 샀습니다. 그 이야기를 아래에 문답글 형식으로 정리해봅니다. 커피를 마시고 약간 돈이 남아서 오픈카를 살라는 분은 참조해보세요.

차를 왜 사신건가요?
차를 산 이유요? 일단 운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시작할게요.
1종 보통 면허를 4번 낙방하고 겨우 땄어요. 평소에 기계 조작에 자신 있던 저는 운전 면허 따는게 이렇게 어려울줄은 꿈에도 몰랐죠. 교차 파지에 출발시 깜빡이 안켰다니 뭐니 우수수 우루루루 점수가 깎이더니 계속 떨어지더라구요. 탈락 선고를 받고 나와선, 길에 다니는 모든 차들을 바라보며 나는 정말 저 모든 사람들보다도 못난 놈이다.. 라고 자괴감이 들었죠.

면허 이야기는 잘 들었는데요, 아무튼 왜 샀냐구요..
장농 면허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전 여친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차선 바꾸는게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어요.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선 오빠 지금 풀 집중 해야 하니 잠시 말을 멈춰달라 부탁할 정도였죠. 그렇게 벌벌 기며 운전하다가, 이케아에 갔어요. 주차장에서 주차를 잘 못해서 버벅이니 뒤에서 마구 빵빵거리더라구요. 이 교양없는 놈들이.. 빡이 쳐서 폭풍 후진으로 주차를 성공했어요. 그랬더니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꼬마차지만 정말 즐거웠다

네 여튼 운전은 할 줄 알게 되었네요. 축하드려요. 그리고?
최근 연애가 잘 안풀리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었고, 그때 마다 차를 몰고 나가 정처없이 돌아다녔어요. 올림픽대로가 너무 뻥 뚫려있어서 가는 김에 춘천까지 가기도 하고, 아예 동해안까지 가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유명산이나 경기도 북부 산길을 다니며 산길 와인딩에 몰두했죠. (뉴모닝 08년식으로요) 하루에 거의 100km 씩 험한 주행을 계속 했어요. 운전이 재미있더라구요.

운전이 무엇이 그리 새롭던가요?
여태까지 뚜벅이 생활을 하면서 대중 교통만 이용해왔는데, 차를 직접 운전하면 생활권이 완전히 넓어져요. 통금 시간도 없고 코스도 내가 정하죠. 뭔가 수동적인 느낌에서 능동적으로 내 길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핸들 돌리는대로 밟는대로 가주니까요. 그 능동적이고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그런 느낌이 짜릿했어요.

뭐 여튼 운전이 재미있어졌다는 말 알겠습니다. 그래서 차는 왜 산건가요?
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좋은 차 타고 다니더라구요. 저 뒷자리 D씨는 벤츠 타고 장거리 낚시 다니고, 옆자리 L씨는 아우디 R8 타고 밤마다 쏘고 다니고.. 결정적으로 요새 맘에 담아둔 사람들 주변인들이 너무 거슬리는거에요. A4 컨버터블 타는 놈도 있고, 무려 에스컬레이드 타는 놈도 있고.. 근데 나는 뭐냐 이거죠. 나는 전여친(!) 구형 모닝 빌려 타고 다니는데, 문짝에서 자꾸 잡소리가 나요. 좋아하는 사람 태우고 다니기엔 영 모양이 안나잖아요? 손님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보리차에 밥말아 대접하면 집주인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지요.

네 뼈저린 열등감 잘 들었습니다. 힘들었겠네요.
물론 좋은 차 탄다고 연애가 잘 풀릴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계기가 필요했나봐요. 뭐라도 상황을 나아지게 하고 싶고 기분이 환기가 되는, 그런 어떤 계기가. 좋은 핑계죠. 이미 뽐이 오는 상황에서 이유를 몇그램 더 얹으면 결심하기 쉽잖아요.

2000만원대 저렴한 가격, 성능은 그랜저보다 좋다.

네 남의 핑계를 대고 차를 샀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지금 차종을 산 이유는요?
처음에는 쉐보레 다니는 아버지 통해 직원할인 21%를 받을 수 있는 말리부 2.0T를 사려고 했어요. 마침 2019년형 페이스리프트가 예정되어있고, 맘에 안들던, 축 쳐져 메기 수염 같았던 DRL도 바뀌었더라구요. 근데 말리부를 산다니까 회사 사람이 “야 씨 좀 좋은거 사라!” 하고 핀잔을 주는거에요. 뭐 이 시벌 말리부가 어때서?? 사실 뭐 쏘나타나 말리부나 아빠차 느낌이잖아요. 좋은 차임은 분명하지만 고루한 느낌이 있다는건 맞아요. 지금 제가 모닝 탄다니까 다른 직원 말이, 남자가 서른 넘어서 모닝 타고 다니면 정말 능력 없어보인다고, 남자가 잘못하고 있는거라더군요. 다소가 아니라 매우 상스럽고 세속적으로 느껴지지만 저는 공감했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없어보이는게 싫어요.

그럼 말리부를 안산 이유는?
차 구입에 대해 부모님과 말다툼이 좀 있었어요. 니는 지금 차 살때가 아니라 돈 모을 때라고. 이건 사지 말라는거죠. 저는 이미 운전이 너무 좋은데 언제까지고 남의 모닝 끌고 다닐 수는 없어요. 나이도 서른이 넘었는데 좋은 차 한대 사는게 철없는 일인가요? 연봉이 낮은것도 아니고. 친척이 아직도(!) 레조를 탄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말리부를 아예 안사겠다고 결심했어요. 부모님의 가치관은 저랑 너무나 달라서, 설득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시키기도 싫었어요. 부모님 손 안타고 제가 직접 골라서 직접 사겠다고 했습니다. 쉐보레 말이죠. 몇십년간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라 애증이 있긴 한데 이새끼들 하는거 보면 정말 차 사기 싫게 만들어요. 아시죠? 늦게 들여와서 비싸게 팔고, 비싸게 파니까 욕 처먹고 안팔리고, 안팔리니까 가격 내리고, 가격 내리니까 또 욕 처먹고. 미국에 들어가는 미션이나 옵션 한국에선 낮은 등급으로 집어넣고. 다른 회사 동급보다 300만원씩 비싸고. 직원 할인이 아니었으면 이런걸 살까요? 좀 뭔가 벗어나고 싶었어요.네

여튼 부모님과의 빡쎈 가치관 충돌이 있었군요.
부모님의 시점에서 차는 어떤 느낌일까요.. 신분의 상징? 이동의 수단? 짐을 옮기는 도구? 제겐 차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에요. 차로 할 수 있는게 너무 많아요. 여행을 가고 낚시를 다니고 등산을 가고.. 일단 취미생활이 풍족해집니다. 거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스포츠 드라이빙 자체를 즐기거나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구요. 부모님의 생각은.. 마치 컴퓨터는 전자 계산기나 업무용 이외에는 쓸모가 없다는거랑 비슷하게 들렸어요. 컴퓨터 있으면 그걸로 별걸 다 할 수 있잖아요. 인터넷 메신저 게임.. 무지 많아요. 제겐 차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에요.

BMW 428i 컨버터블의 화려한 자태

하고 많은 차 중에 컨버터블형을 고른 이유는?
에 일단 살고 있는 오피스텔 주차장에 SUV가 들어가질 않아요. 그래서 세단으로 사야 했어요. 하지만 평범한 외제 세단으로 사면, 그 돈 갖고 그냥 말리부 사는게 낫게 느껴졌어요. 사는 김에, 어차피 살거라면, 좋은거 사고 싶었죠. 애초에 차랑 연애랑 붙어서 필요성이 늘어났으니까, 저는 궁극적인 데이트 드라이빙 머신이 필요했어요. 제게 그 답은 컨버터블이었던겁니다. 날씨 좋은 날에 뚜껑 열고 가평의 호반로를 달리거나, 벚꽃 보러 간다면 크. 진짜 얼마나 좋겠어요. 이 순간 이미 컨버터블 미만 잡이 된거지요.

그래서 지금 만족스러운가요?
네 너무 좋아요. 다들 부러워하고 저 역시도 차가 너무 좋으니까 내가 타도 되는 차인가, 자꾸만 꿈같이 느껴지네요. 차를 통해 새로 만난 사람들도 많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과 드라이브 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어제만 해도 7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간만에 만난 오랜 동료과 함께 한밤중에 뚜껑열고 드라이브라니. 천국이에요. 자동차 구입기와 체험기 같은건 다음에 글로 또 정리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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